
여러분은 혹시 어릴 적부터 지녀온 꿈이 있었나요? 꿈을 이루셨나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계속해서 받고 삽니다. 그리고 어른이 될수록 그 질문은 조금 형태를 바꿉니다. “그래서 지금 뭘 하고 있냐”, “그걸 해서 뭐가 되려고 하냐” 같은 질문으로 말입니다. 픽사의 영화 <소울> 은 이 익숙한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생의 목적이 반드시 거창해야 하는지 묻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이 어른에게 깊게 다가오는 이유는, 성공이나 성취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될 때 발생하는 공허함을 매우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음에도 불안한 마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사라지는 현재의 감각은 많은 어른들이 이미 경험해 본 감정일 것입니다.
1) “내가 태어난 이유”라는 질문의 함정
<소울>은 인생의 목적을 하나의 명확한 사명처럼 규정하려는 태도에 조심스러운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흔히 “이 일을 위해 태어났다”, “이걸 못 이루면 실패한 인생이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어릴때는 대학, 어른이 되어서는 취업, 취업을 하고 나서는 명성 혹은 성공이라는 사회가 정의한 '성공'을 향해 그것만 바라보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재를 소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목적이 너무 커질수록, 오늘 하루는 항상 부족해집니다.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늘 ‘과정 중인 존재’로만 남게 됩니다. 나는 늘 실패자라고 보여지게 됩니다. 영화는 이 상태가 얼마나 많은 어른을 지치게 만드는지 조용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삶을 살고 있는가?”
2) '좋아하는 일'과 ‘잘 사는 삶’은 같은가
<소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은 분명 삶에 큰 의미를 줍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삶 전체를 책임져주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종종 일과 정체성을 완전히 겹쳐 놓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나 자신도 실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는 이 위험한 동일시를 풀어냅니다.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반드시 같은 문장일 필요가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삶도 실패없는 삶이지만, 또 잘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어른들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삶은 ‘머무는 태도’에 가깝다
영화 <소울> 이 전하는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 중 하나는, 삶의 의미가 특별하고 극적인 순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커다란 성취, 인생을 바꿀 사건,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결과가 없어도 삶은 충분히 살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좋은 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 걱정 없이 살아가지 않아도, 로또에 당첨되어 갑자기 큰돈이 내손에 들어오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좋은 삶 그 자체가 아닐까요?
바람이 부는 감각, 음악이 잠시 멈췄을 때의 여백,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 영화는 이런 순간들이 목적을 향해 가는 도중에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4) 번아웃 세대에게 〈소울〉이 의미 있는 이유
오늘날 많은 어른들은 쉬는 법을 잊었습니다. 쉬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멈추면 불안해집니다. 저 또한 다음 이직 자리가 확보되지 못하면 쉽사리 퇴사하지 못하고, 쉬는 중에도 빠르게 다음 단계를 찾아 나서곤 합니다. 그래서 삶은 점점 목표 관리의 연속이 됩니다. <소울> 은 이 흐름에 조용히 제동을 겁니다.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기준이 성과표나 이력서에만 머물러 있다면, 이 영화는 불편한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방향을 다시 점검할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마무리하며
아이에게 <소울>은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에게 이 영화는 “나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으로 남습니다.
인생의 목적은 반드시 한 문장으로 요약될 필요도, 남에게 설명될 필요도 없습니다. <소울>은 말합니다. 목적이 없어 보이는 하루도, 충분히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태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목적일 수 있다.